벌초를 다녀왔습니다. - 2003-09-01
해마다 벌초를 이맘때 일요일에 한다.
올해는 어제가 그날이었다.
몇해전부터 형과 나 둘만 다니고 있는데,
사실 거리가 만만치는 않다.
경북 청송이 그곳이다.
지금이야 중앙고속도로가 생겨서 다행이지만
과거에 자가용도 없을 때는 하루 2번 다니는 버스를 타고 그 산골로 가셨다고
아버지는 이르신다.
예나 지금이나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라
선조들은 이곳 저곳 아니 이산 저산에 모두 흩어져 계신다.
그래서 가까운 선조들이라해도 친척들은 2,3 명이 팀을 이루어 따로 따로
벌초와 차례를 진행한다.
8상구가 있는데 내가 아는 상구는 3개가 전부다. 그도 나만 가라하면 아리까리한 곳에...
1년에 한번 할머니나 증조부를 만나뵈러 가면 그 무성한 풀에 주눅이 든다.
때깔좋은 잔듸를 사다 심은 좋은 묘자리와 확실히 비교 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조상들은 섭섭치 않으시리가 기대한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벌초와 차례를 지내는 수 많은 종씨들의 모습이
참으로 별스레 보였다.
그 어느 곳에 이런 풍광이 있을까하고.
내 세대가 지나고
다음 세대가 오면 이 소란도 이어지기 힘들 것 같다.
새벽 2시에 집을 나가 당일 저녁 11시에 들어오는 강행군의 일정을
아무리 1년에 한번이라고 하지만 감내하기는 힘들 것도 같다.
말도 알아듣기 힘든 시골 먼 친척들의 되풀이 되는 말씀을 수없이 고개를 끄떡이며 듣기도 해야 하고
온 몸에 달려드는 새까만 똥파리도 반기고 푸성귀만 가득한 밥상도 맛나게 해치워야 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나만해도 가끔은 핑계거리를 찾곤한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1년에 1번 만나는 그 먼 친척들의 아쉬운 이별의 손짓과 눈길이며
그래도 가슴 구석에 안도감이 드는 건
울창한 아카시아, 억새풀이 가셔진 넓다란 봉분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열심히 가야겠다.
아이가 생기면 얼른 키워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