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2001: A Space Odyssey 2004-06-13

쥔장부부 2012. 11. 19. 13:43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
감독: 스탠리 큐브릭
원작: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


. 드디어 보았다.
이제야 보게되었다. 이 영화를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쯤, 열심히 소개하던 선배를 만난건 대학교 때 쯤... 그러나 이제야 보게된 것을 안타가워하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 보았다면 도대체 뭐냐?라는 말만 내뱉었을 테니.
68년작. 믿겨지지 않을만큼 묘사가 우수하다. 사실 스타워즈나 기타 SF 영화의 우주선 장면은 이 영화 이후 별로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많은 화면이 너무도 익숙한 것은 많은 영상물에서 이 영화를 복사한 이유일 것이다.

. 인내
사실 영화와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 영화를 내가 접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TV에서 방영하지 않았던 것일게고 그 이유는 단연 재미 없음이다. 'Solaris, 2002'를 보았는가. 감독이 이 지루한 영화를 만든 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명작이라 말한다는데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한다. 그것은 작품에 대해 독창성을 느끼지 못하면 절대로 명작이라 말하지 않음을 생각하지 못한 실수이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을 영화화 했고 수 분에 달하는 영상으로 그 세세한 묘사를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하지만 애정이 있어야 무엇을 느끼는 것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감동으로 받아 안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 그것은 물론 '고전'이라는 진부함의 느낌을 포함한다.

. 모노리스(monolith)
영화에서 줄곧 나오는 검은 암석 기둥은 '신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듯 하다. 모노리스라 말하지만 이는 그저 암석으로 된 기둥을 뜻하는 단어이다. 기둥은 3번 나오는데 첫째는 인류의 조상으로 보이는 원숭이들 앞에 나타났고 두번째는 달에 나타났고 세번째는 주인공 데이브 앞에 나타난다. 주제 자체가 사실 기독교적이며 신 앞에 놓인 작은 인간을 이야기 한다. 영화에 나오는 목성으로의 여행에서 꼭 Jupiter(Zeus)로 향하는 것은 그 이외에 개연성이 없다. "너희는 뭘 가르쳐 주면 꼭 그걸 응용해서 서로 싸우고 뭘 이상한 걸 자꾸 만들어서 네 스스로 고통스러워 하냐?" 가 그 물음이고 영화는 "네 잘 알겠습니다. 싸우지 않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며 잘 살겠습니다."라고 느끼라고 한다.
첫번째 나타나서는 도구를 가르쳤으나 다른 원숭이 패거리를 뼈다귀로 내리치며 웅덩이를 차지한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인간이여.
두번째 나타나서는 인간에게 목성으로 향하는 전파를 발신한다. 처음으로 꽤 멀리 나가는 인간의 우주선에 인공지능 컴퓨터 Hal이 타고 있고 이 컴은 스스로의 논리 모순으로 승무원을 죽인다.
세번째 나타나서는 주인공 데이브의 생, 노인-죽음-탄생을 통해 인간을 타이른다. 정신차려 이 친구야... 라며

. 인간이 만든 것
언젠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게 형이 한 말이 있다. "사람이 만든 건 그리기 쉬워. 다만 인간이 만들지 못하는 것, 자연은 묘사하기가 참 힘들지. 그렇지?" 맞다. 그건 사실이다. 인간이 만든 것은 그렇게 인간이 만들 수 없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이 있다. 단지 그림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것 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는 Hal이라는 컴퓨터가 나오는데 이것은 "이상한 걸 자꾸 만들어서 네 스스로 고통스러워 하냐?"라는 물음의 소재이다. 즉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컴퓨터이다. 뭐 인간에 대한 기계의 반란이라기 보다는 완벽을 위해 논리적 조합의 끝없는 구조로 기계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스스로의 모순에 빠져 인간을 죽이고 만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이야기다.
편리와 효율이 결코 인간에게는 그 순의미가 될 수 없는 현실을 68년에 이야기 했지만 인간은 지금도 아니 멸망전까지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 마지막 장면
간혹 인터넷 해설을 보면 데이브가 마지막에 지구로 귀환해서 자신의 늙은 모습을 발견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그건 아니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약 20분간의 그래픽(?) 화면-가장 인내를 요구하는 시간-에서 감독은 인류의 상징으로 표현한 데이브를 통해 인간의 지난 오류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 혹 이 장면에서 전쟁 신이나 오염 등의 신을 넣었으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건 감독의 몫이고 내가 감독이라도 질 떨어지는 그런 짓은 안했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 행성과 그 크기만한 태아의 모습. 말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원숭이가 내려친 뼉다구 이래로 계속 동족의 대가리를 내려치고 있는 몽둥이와 '완벽' 혹은 '편리'를 빙자한 기계문명은 결국 끝 없이 '생명'을 앗아갈 것이며 그 생명보다 중요할 수 없다'고.

. 추천
스텐리 큐브릭에 대한 애정이나 본 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거나, '난 고전이 체질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
이런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우선 이런 영화를 진지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할 듯!
첫 판은 156분이었다는데(현재 판은 139분) 함 그것도 구할 수 있으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