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벌초 2007 2007-09-17
쥔장부부
2012. 11. 30. 18:45
올해도 작은형과 함께 벌초를 다녀왔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청송에 이르는 시간은 많이 줄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갑갑하다. 이번에도 집에 도착하니 11시 반이었다.
잘살지 못했던 선조들의 무덤은 이리 저리 흩어져있다.
일년에 한번 힘겹게 다다러 풀, 도토리나무, 아카시아 나무라도 베지 않으면
다시는 찾기 힘들 곳들이다.
그렇게 해마다 가는 형제가 기특하다시는 장모님 말씀을 떠올리며
왜 가냐고 묻는다.
이유가 없다.
그래서인지 다음 세대인 조카에게 이 짐을 지우기가 힘들다.
형과 난 직계 어른이라도 한곳에 모으자고 말은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님을 나도 형도 잘 안다.
가끔은 이유 없는 그것이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합리'를 이야기하며 '논리'로 해결을 보려고하더라도
그 몰이유의 이유가 때론 옳기도 하다.
아니 그것 이외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주말마다 어머니께 가야하는 것도 이유가 없는 것이고
부부가 사는 것도 때론 이유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도
옳은 삶을 살아야하는 것도
불의에 피가 끓어야 하는 것도
스산한 가을 바람에
이유 없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