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태안 기름 유출 사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쥔장 2007-12-27
쥔장부부
2012. 11. 30. 20:06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신화가 광풍처럼 한반도를 뒤덮고 있을 때 방송인 김미화, 오세훈 변호사 등이 주축이 되어 난자 기증을 위한 민간재단이 설립된 일이 있었다. 이틀 만에 난자 공여를 신청한 여성들이 천명을 훌쩍 넘었다는 소식에 다들 훈훈한 감동을 나누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난 그때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난자 공여가 헌혈과 같이 취급되어도 되는 건가? 당시 독일의 한 언론에서는 이런 비판 기사를 낸 적이 있다고 들었다. '줄기세포 연구'의 선진국인 한국에서 왜 그에 상응하는 윤리적 논란은 촉발되지 않는 것인지... 나 역시 그게 참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민노당까지 나서서 황우석 편들기에 급급했던 그 집단최면의 상태... 그러나 황우석 신화는 결국 황우석 사태로 종결되었을 뿐이다. 그의 거짓말, 야욕, 비윤리성이 그 신화를 잠재우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한번도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숙고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그 광풍을 지나보내고 말았다.

요즈음 태안 사태를 바라보면서 다시 예전의 한 장면(난자 공여를 위해 모인 여성들과 황우석 박사의 지나는 길에 진달래 꽃길을 깔아주던 시민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언론에서 똑같은 카테고리로 두 사안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리는 바로 '한국인의 저력'이라는 것이다. 나는 태안 사태에 대처하는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인의 저력', '온정의 손길'. '자원봉사 행렬' 등에 쏠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해소'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의 저력'이 '온정'과 '대동단결'에 깃들지 말고 '사려분별' 속에 깃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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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기를 금모으기로 돌파해 나간 것이 한민족의 저력이라지만...
당시 IMF의 처방은 도를 넘어선 극약처방이었고,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고와 절대 빈곤, 노동 유연화 전략에 따른 고용 불안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디 워'를 보고 서사적 허약함을 논평했던 진중권이 애국심 부족이라는 이유로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태안 사태를 온 국민이 단결하여 해결해 나가자는 사회 분위기에 뭐라 딴지 거는 이가 없는 이 상황은 뭔가 단단히 문제가 있다.
자원봉사하러 가는 사람들을 말릴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이후의 우리 아이들이 '태안 기름 유출 사태'하면 '자원봉사의 물결'만 기억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이 문제가 과연 '단결'과 '온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