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런 저런 생각들 - 2003-08-12
1. 삼겹살 그리고 깻잎
삼겹살은 좋은 안주거리다.
물론 두툼한 비계가 그만큼의 지방을 온 몸에 축적하는 문제는 있지만 말이다.
삼겹살의 달인들, 아니 고기의 매니아들은
고기와 함께 상추나 깻잎 등을 함께 섭취함을 적극 반대하지만
초여름 전까지의 쌉싸름한 깻잎과 함께 마늘, 고추, 쌈장과 함께 입안 가득 삼겹살을
입에 넣고 소주 한잔을 털어 넣으면 그 맛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삼겹살 한근(우리 부부는 한근 반 정도 한자리에서 먹지만...)과
깻잎을 사다 술자리를 만들면 우선 깻잎을 잘 씻어야 한다.
시골 들판에서 확인한 깻잎은 모두 벌레에게 일정 부분을 침탈 당해 있지만
시장에서 마주하는 깻잎은 결코 그런 놈이 없다. 바로 농약의 힘이 아닐런지...
앞장 뒷장 잘 씻어야 한다.
문제는 오백원에 5개의 깻잎을 사다 싱크대에 쏟아 부으면 '이걸 언제 다 씻나'하는 한숨이다.
하지만 한장 한장 이리저리 흐르는 물에 뉘여 목욕을 시키다 보면,
소쿠리에 쌓이는 깨끗한 깻잎은 늘어나고
싱크대에 가득 담겼던 깻잎은 하나둘 줄어든다.
내가 줄곳 노력하면
희망하는 그 시기는 언젠가 오고 만다.
그러나 이 캄캄한 터널은 끝은 언제인가?
2. 시대 유감
현 경기 불황이 정말 장난 아니다.
자본주의 연속성과 그 질긴 근성을 믿는 많은 전문가들도
희망을 이야기 하지 못한다.
하물며 투명 경제, 외환 관리, 기술 개발 등
이거 이거가 문제니 이걸 극복해야 한다라는 말조차 끄내지 못하고 있다.
결코 근본적일 수 없는 노사문제만 요즘 기사거리일 뿐이다.
걸프전 후 미국의 장기 불황은 민주당의 입성을 낳았다.
클린턴의 부흥은 전세계에 꿈의 호황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바로 IT였다. Information Technology라는 이 선물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별로 바뀐 것이 없다'와 '연속 가능한 재생산 효과가 없다'라는
문제를 단시간에 안겨주었다.
IT 시대의 막바지 학자들은 항공우주, 유전자공학, 나노테크놀러지 등의 대안을 이야기 했다.
IT 만큼의 큰 선물을 안겨 줄 거 먀냥... 그러나 그 어디에도 이로인한 중흥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전세계의 복지 정책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힘입어 후퇴되고
인류의 미래라 일컫는 이공계는 전세계적으로 찬밥신세가 되었다.
과연 미래는 없는 것인가.
3. 이직
99년 첫 취업 이후 난 지금까지 4번 직장을 옮겼다.
한 번도 직장이 문을 닫아 옮긴적은 없다.
그러나 이제 그런 상황이 도래한 것 같다.
문제는 뽀가 보이지 않는 엄청난 위기감이다.
왼만한 지인들에게 자리을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는데,
상황이 무척 다르다.
2003년 6월 청년실업률은 7.4%(36.6만명), 전체실업율 3.3%...
총기 강도, 각종 범죄의 폭발적 증가, 자살, 이혼, 버려지는 아이들...
경기 전망의 악화 예고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는 이야기 하는 것이다.
4. 자본주의의 종말
윌리엄 헹콕의 '신의지문'이라는 선데이 서울급 미래소설이 있다.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취합한 작자는 지구의 세차운동의 주기마다
인류는 문명의 큰 변화를 맞이하였으며 그 다음 주기는 2013년이라는 이야기다.
군에서 한참 심취했던 책이다.
에너지 고갈, 자본주의의 위기 등 내가 접할 수 있는 상황은 그러한
분위기를 아주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었다.
제대 후 5년 난 꽤 많은 좌파 학자들이 자본주의의 주기를 분석하며
2013, 2014년을 혼란의 주기로 제시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본주의는 현 최고의 체제이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체제는 결코 아니다.
저무는 해를 보며 씁쓸해 지는건,
반겨야 할 상황에 놓은 내가 겪는 고통과
그 이후의 아름다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게 희망을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