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칼의 노래]-김훈 2003-09-05

쥔장부부 2012. 11. 16. 17:39


꽤 오래 전부터 함 보려 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마눌님의 도서 쿠폰 덕으로 2권을 사다가 날름 읽어 버렸다.
아쉬운 건 인터넷에서 보니 합본권이 있었던 사실이다.
거의 책 한권 값으로...
그도 그럴 것이 2권짜리를 보면 글자도 무지 크고 줄 간격도 넓어서
본전 생각이 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죽 읽어 가다보면 시원 시원한 줄간에서 남해와 목포 앞바다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순신.
이순신 장군은 우리에게 이중의 의미로 다가온다.
박정희라는 군사 독재자에 의한 과도하게 신격화된 위인이라는 의미와
실제 그는 위대한 장군이었다는 주장 사이의 혼돈이다.

사실 그는 명량해전이나 노량해전만 놓고 보더라도
명장이라 칭하지 않을 수 없다.
백의 종군 첫 전투였던 명량해전에서 130여척의 왜선을 상대한
그의 배는 불과 12척이었다.
길거리 패싸움을 해도 12명과 130명이 붙는건 상상하기 어렵다.
수군 통제사였다고 하지만 임란 오래 전부터 부임한 장군이 아니라
그는 변방의 육군 출신이다.
뛰어난 상황 대처 능력, 강력한 통솔력, 기발한 작전 능력
이 모두는 그의 두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훈이 밝히듯이 그가 실제 어떤 '사람'이었는지 사실 알길은 없다.
그런 이유로 딱딱한 '난중일기'에 온갖 상상력을 들어 부은 소위 '위인전'에서 우린
'소설 이순신'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모함이 어찌되었든,
그는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다가섰던 죄인이었다.
선조는 그에게 의지하면서도 결코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소설에서는 이순신은
바다 앞에도 자신을 베려는 적이 있고
등 뒤에도 자신을 베려는 임금이 있다는 사실을
죽기 직전까지 되뇌인다.
그의 뛰어난 업적이 바로 이 '분노'와 인생의 '덧없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한다.

기자 출신의
고집스럽고 제 잘난맞에 살고 괴팍하고 똑똑한 소설가의 인정할 수 없는 가치관이 어떻게 녹아 있든,
(Link-김훈-월간조선 인터뷰)
이 숨막히는 임란 막바지의 서사시는
현재와 미래, 내 앞에 펼쳐진 분노와 고난의 시기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 네 말처럼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잘 못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인간의 앞과 뒤에 놓인 '칼'은 임란 중의 한 장군을 둘러싼 풍경만은 아니다.

칼을 목에 겨우고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살 것이다'라는 그의 말이
왜군이 무서워 돌아와 엎드린 아래 장수들만이 아니라
내게도 던지는 말 같아
아직도 머리가 곤두 선다.

자, '칼로 베지 못하는 것들도' 베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