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간데 없는 파란 하늘을 가진 토요일 오후다. 퇴근했냐고? 아직도 넓은 빌딩 한구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아마도 낼 이시간에도 여기 이곳에 있을것 같다.. 매번 아이들이 곤히 자는 새벽에 들어가지만 그래도 가끔 애들 자기 전에 들어갈라 치면 문앞까지 두 팔 벌려 뛰어오는 애덜 재롱을 마다하고 아직도 여기있는 건 내 어께에 놓여진 짐 때문이겠지... 잠시 쉬고 있는 틈에 매번 그랬던 것처럼 보기만하고 지나치려 했는데 매제가 써 놓은 시 한편이 다리를 붙들었군.. 가슴에 와 닿는것이... (아마도 영규 성격에 이 정도 감탄에 답글로 허리를 굽힐 녀석이지만서도..) 혜미가 한동안 글이 없더니만 시험기간이었구만... 욕본다. 아내로, 며느리로, 학생으로, 홈지기로 전부 다 잘 할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오빠가 옆에서 잠시 보는 동생은 큰 무리 없이 역활을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 오빠는 아마도 일주일에 80에서 100시간은 일하는 것 같다. 큰 집 머슴살이 하면서 월급만 받고 이정도 하라면 이젠 사표써야 겠지. 예전에 일 배울때는 그저 쥐꼬리만한 월급만 받고 내 만족에 겨워서 한달 꼬박 철야 한적도 있지만 지금은 내 어깨에 주렁주렁 매달린 가족들 때문이라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대신에 퇴근시간 후에는 돈 되는 알바한다. (직장에서 이런거 하면 도덕적 해이라고 한다더만은... 어쩔 수 없지 뭐!!) 대한민국에 작은 내집한채(그것도 빚이 절반인!!:부모님 도움 쬐끔만 받고,,,) 애덜 둘! 여우같은 마누라, 남보다 빠지지 않으려는 교육비에 이런저런 것들을 유지하려니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다.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자~알 살게 되는 길일까를 고민하지만 그것도 현실 앞에서는 사치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젤로 불쌍한 것이 아버지 이고, 남편인것 같구나 (자기 연민인가?) 갈수록 여유도, 감정도 말라가는구나.. 겨우 빈틈에 애 둘만 채워고 7년전 죽고 못 살아 결혼 했던 마누라의 자리도, 그리고 형제들의 자리도 부모님의 자리도 좁아져 간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잘 사는 길일까?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오손도손 사는것, 그러면서 내 만족에 사는 것!! 아니면 지금은 고생을 사서라도 하고 나중을 기약하는 것!! 역시나 대한민국에서 남편 노릇, ㅇ버지 노릇하는 사람들이 젤로 불쌍하게 생각된다. 물론 애 둘 키우는 내 마누라도 애들이 거저 커주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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