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데미안을 32살에 처음 읽기는 색다른 용기(?)가 필요하지만
읽고서의 느낌은 이걸 10대가 읽고 나름의 맛은 있을지언정 이해를 할런지...란 의문이다.
헤세는 복잡한 사람이다.
자살 시도, 정신질환, 망명 늙으막의 이혼과 결혼...
천재의 삶을 평범한 중생들이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글도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사실 데이만에 나오는 데미안과 피스토리우스의 입을 빌어 내뱉는 헤세의 사상은
솔직히 좀 졸렬하다. 그도 제대로 알고 소화해서 하는 말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천재의 자만심으로 데이안은 초판 발행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출판했다.
혹 쪽팔려서 그랬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유명세'가 아닌 작품으로
이해해 달라는 의도였다라고 전해진다. 나중에 어문 분석학자에게 발혀지긴 했지만...
사실 그 당시 그렇게 잘 나가던 때도 아닌데 좀 장난이 심했다고 여겨진다.
데미안과 시다르타를 비교하면 그의 초기 저작과 후기 저작의 완성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솔직히 그런 의미에서 데미안보다는 시다르타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다. 진리와 성찰의 과정, 겸허함 등등...
'크눌프', '수레바퀴 밑에서', '지와 사랑'를 비롯한 그의 저작에서 말하려는 것은 공통적으로,
대별되는 두 세계 속에 진리를 찾아 투쟁하는 개인, 그리고 그 진리는
외부가 아닌 자신에 대한 물음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크로머에 대한 예속을 새로운 의존으로 대치해야만 했던 것이다. 혼자는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눈먼 마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에의 의존, 그것이 유일한 것이 아님을 이미 알아버린
<밝은 세계>에의 의존을 택했던 것이다." - 데미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데미안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 데미안
"지식은 전달 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네" - 싯다르타
지극히 개인적인 성찰이 모든 인류에게 진리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될 수는 없다.
데미안에서도 나오지난 헤세는 사회 단체들의 조직적 사회 제 문제의 현실 투쟁을 아주 하찮게 보았다.
하지만 내게 이 두권의 책이 이토록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은
주류 혹은 비주류, 단체와 언론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생각'은 존재하지 않고
가상화된 '자신의 거짓된 생각'만이 논의되고 표현되는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답은 내가 알고 있다'라는 말은
그것의 진위를 떠나
겸허한 자기 반성과 사색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다.
무척이나 인도적이고 동양적인 철학을 먼 유럽의 한 작가를 통해 인식하게 되는 것,
그것도 백인의 우월주의, 유럽 문화의 우월주의가 나름대로 배치된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도 우리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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