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법정 스님의 '혼자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이 인기다.
물론 법정 스님이 '독신'의 자유와 기쁨을 찬미하는 글을 남기시진 않았겠지만
출판사의 의도대로 솔직히 와닫는 느낌이 없지 않다.
오늘 이과장이 한잔 산다길래 부서원 4명이 한잔 했다.
맥주 한잔씩 하고 헤어지는 길목에
박대리가 묻는다.
'혹시 혼자 사는 거 생각해 보았어요?'
결혼에 아이까지 있는 놈이 별일이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혼 이후 아이를 낳아도 쉽게 정 붙이고 살기가 힘들단다.
내일 마지막 예비군 훈련이라 2차를 가지 못하고 손을 흔들었지만,
솔직히도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물음처럼
우린 답하기 어려운 일에서 매일 매일 도망다니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묻는건 자신을 거부하는 강한 논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문제, 양가 부모님들, 그와 당신에게 남을 상처...
하지만 이것은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요, 오늘과 내일이 아닌 어제의 이유이다.
부정이 아닌 긍정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는데 혼자가 아닌 짝을 이루는 것은
단지 성을 통한 재생산 뿐만 아니라
인간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독선의 오류를 그래도 꺾을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굳이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어울리면 사랑을 느끼는 것이고 그 사랑으로만 살 수 없음을 우린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KBS 다큐에서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노인 부부가
동남아 외진 산골에서 병든 아이들을 돌보고
해마다 몇명의 아이들을 데려와 치료하는 모습을 보았다.
혼자서도 가능은 하겠지만,
난 할배의 고집만으로 혹은 할매의 고집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 땟국물 좔좔 흐르는 아이들을 어루만지며
아픔을 나누고 싶어하는 할매의 가슴이나
다 큰 딸들과 사위에게 떳떳이 각출을 강요하는 할배는 그야말로
둘이기에 가능한 힘이 있다.
아내가 옆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내일이면 마지막 시험이란다.
다투고 헤어지고 싶은 순간이 즐거운 순간 만큼이나 자주지만
그래도 이렇게 쓴 생각을 가슴에 묻고 살지 않는 것은
나를 알아주는 아버지 어머니 이외에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
나 아니면 힘들때 돌보아줄 사람, 장인 장모 아니면 없다는 것,
뭐 그런 생각들과
계산 아닌 생각들과 행동이 나나 당신에게 품어 나오고
그걸 당신 모르게 느끼는
서로의 감동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중에 박대리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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