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혜미 숙제 대신 해 주다가 썼던 것 같은데... 신선생님 '강의' 중 논어 감상문인듯.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1장에서 작자는 서양의 철학과 역사는 ‘존재론’에 바탕해 있고 동양의 구성원리는 ‘관계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논어’는 이 ‘관계론의 보고’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사회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사회가 영속하는데는 물질적, 규범적 강제 이외의 것이 필요하다. 도덕불감증, 가종 범죄의 증가, 양극화와 가정 파괴까지, 물직적 풍요나 엄격한 치안으로 해결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문제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바로 문제점을 지엽적으로 바라보는 서구 사회의 인식 방법이 이러한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성폭력 문제의 대책이 범죄자의 신원을 밝히고 전자팔찌를 채우는 것으로 결론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가정 환경과 관계를 분석하고 방지 대책을 마련하며 범죄자의 치유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환경문제 또한 관계의 범주를 인간에서 인간과 자연, 지구, 우주로 확장하여 사고할 때 그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인간과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예견하는 핵발전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해 기술적, 정치적 논쟁과 함께 인간이 자연과 보다 오랜 삶을 원한다면 자연의 사용을 줄이고 인간의 삶의 형태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담론도 중요한 주제이어야 한다. 작자가 앞서 호지 여사의 ‘오래된 미래’를 언급했듯이 ‘논어’ 또한 경전의 교조적 해석을 뛰어넘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에서 작자는 同을 ‘패권’과 ‘지배’의 의미로 달리 해석하고 있다. 이젠 전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풍경을 보게된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익숙한 햄버거 가게와 편의점, 의시대는 높은 빌딩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마져도 그러하다. 얼마전 서울 성화 봉송에서 발생한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사태는 결국 和보다는 同을 가르치는, 미국의 패권적 중동 침략을 비판하지만 별반 다를 바 없는 중국의 가치체계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君子乎’에 있어서도 한문시간에 배웠던 옛 선비의 풍류적 의미가 아니라 계급 관계를 뛰어넘는 수평적 인간 관계의 확장을 언급하고 나아가 논어가 이야기하려는 인간관계론을 강조하고 있다. 얼마전 초등학교 2학년 조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3학년 형을 보더니 황급히 집에 가자고 했다. 그 형이 일전에 자기를 욕하고 겁을 줬다는 것이다. 내가 혼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조카는 내 손을 끌었고 나도 잠시 생각을 하다 접었다. 나도 겪었고 그 3학년 아이도 겪었을 ‘인간관계’의 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동생도 형도 없는 환경에 학원과 닌텐도, TV에 갖혀진 조카의 일상에 오히려 귀중한 아픔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갈등을 어떻게 스스로 해결할지가 문제이긴 하다. 옛 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溫故而知新’에서 ‘故’를 ‘새로운 것의 가능성’과 ‘변화를 가로막는 완고한 쟁애’ 모두을 가지고 있는 대상으로 풀이하는 것도 평범하지는 않다. 무릇 고전을 접하고 해석함에 있어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知新에 필요한 故의 새로운 발견일 것이다. 사실 ‘논어’를 수페이지에 불과한 해설서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작자의 말처럼 비판의 시제를 배제한 무조건적인 추종도 옳지 않다. 허나 누구에게든 ‘맹지반의 겸손’, ‘德不孤’의 배려, 知人의 가치는 소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논어 한번 읽어봐’ 라든가 일반적인 ‘논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전달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이 장을 읽으며 느끼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知가 아닌 知人, 知에서 멈추지 않고 好를 거쳐 樂으로 가게하기 위해선 선생의 깨달음과 노력이 필요하다. |
'지구를 지켜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스파르타쿠스 Spartacus, 1960 2010-07-27 (0) | 2012.12.10 |
---|---|
구로다의 동해 관련 언급... 난 옳다고 봐 2010-07-26 (0) | 2012.12.10 |
명원형 인터뷰 입니다^^ by 소 2010-05-24 (0) | 2012.12.10 |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 노무현에게 들었다는 말 -오마이뉴스 펌 2010-05-14 (0) | 2012.12.10 |
[TED] 에브게니 모로조프: 인터넷은 오웰이 우려했던 바로 그것인가? by 병수 2010-02-03 (0) | 2012.12.10 |